7월8일 금요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영화' 그 후'에 대한 GV행사가 있어 일찌감치 예매해둬서 갔다.
티켓 오픈 당일에는 예매가 엄청빨리 이루어지는듯했으나 막상 행사 당일에는 10석정도의 자리가 남아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날 영화와 GV행사가 좋았어 가지고 이 다음날 예정되었던 '옥자'의 봉준호감독GV를 못간게 많이 안타까운 맘이다.
아무튼 씨네큐브 방문은 처음이었으나 이런 GV행사를 많이 하는듯하니 자주 들리게 될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의 모든 영화들이 그렇듯 이 영화 역시 인물들의 찌질함으로 가득하다. 이런 류의 영화를 마주할 때마다 '너는 안그럴것 같아?'라는 스스로의 물음을 마주하게 된다. 대게 부도덕적이고 비이성적으로 보여지는 극중 상황들은 뭔가 내밀한 저 아래의 감정을 툭툭 건드린다. 사는게 그렇듯 이성적으로 해결될 문제는 별로 없어보이기 때문인듯하다.
이날의 핵심은 바로 GV였다고 생각했는데 권해효 배우께서 상당히 언변이 좋으셔서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주셨다. 기억 남는 것중에 하나는 홍상수 감독의 제작 시스템이었다. 그 날아침 대본을 작성해서 그것을 굉장히 긴 롱테이크씬으로 찍는것은 알 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 롱테이크씬이 배우들이 가진 본인만의 연기와 여러가지 즉흥성들이 굉장히 많은 부분을 차질 할 줄 알았는데 모두다 감독이 치밀하게 완성시킨 각본이라고 한다. 보통 홍상수 영화의 대사를 들으면 구어체인지도 헷갈리는 두서없는 말들 특히 실제 술자리에서 주절거리는 듯한 운율을 가지는 특유의 말들을 직접 써내고 배우들에게 완벽히 재현을 시킨다고 하니 살짝 놀랐다. 이렇게 되면 내가 생각한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배우들의 의해서 자유분방하게 노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치밀한 계산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나는 이영화가 훨씬 한 사람의 의존도가 높은 영화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권해효 배우님이 말씀하셨는데 그렇기때문에 영화에는 일절 애드립은 존재할 수 없고 어느 촬영장과 비교해도 훨씬 밀도높은 촬영장 분위기속에서 작업이 진행된다고 한다. 수긍이 갔다. 이 정도의 치밀한 연기를 구사하려면 배우들은 극한으로 쫓길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찍고 나면 해냈다는 일종의 성취감을 느끼신다고 한다.
그리고 배우들은 대본을 보고 연기를 할때 영화 전체를 이해하고 찍는 경우가 없다고 한다. 그날 아침 제작된 대본을 받아들고 연기를 해낼뿐 전체 맥락은 오직 감독이 조율 하는 듯 했다. 이렇게 진행되는 제작 시스템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또 왜 새벽에 아침까지 대본을 쓰냐에 대해서도 아마도 촬영일정은 약속이 되어있는 상황에서 본인을 그렇게 극한으로 내몰리게하여 궁극으로 밀도있는 대본을 완성시키게 된다는 것 같다는 의견도 들어볼 수 도 있었다.
그 밖에 조윤희 배우가 권해효 배우의 실제 부인이라는 것도 놀랐고 김새벽 배우가 홍상수 감독과의 이야기를 하다 나온 질문이 실제 영화에서 쓰이기도 했으며 영화에 모든촬영순서는 과거 현재 미래를 각각 몰아서 찍는게 아니라 우리가 영화를 보고 있는 그 순서그대로 촬영일정을 잡아서 찍는 다는 것도 신기했다. 이 감독은 편집을 최소화하고 현장에서의 그림을 미리 프레임을 짜놓고 움직이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느낀 한가지가 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상업영화가 아니라지만 이런 GV행사에 당일날 10석정도가 예매가 안되어있는건 홍상수 감독의 현 이슈에 대한 부분도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도덕적 문제'라며 입에 올리지만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괘념치 않고 관심을 가질 이유도 딱히 없다. 그리고 이날GV에 참석한 관객들도 거의다 비슷한 생각을 했지 않았을까 싶다. 이동진 평론가와 배우들 관객들 모두 그 의제에 대한 관심은 뒤로하고 오로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영화에 관련된 홍상수 감독에만 관심을 표하는 부분이 신기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모인 상황에서도 이렇게 암묵적인 동의가 이루어진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었다.
또,
영화의 제목이 '그 후'인 이유가 있었다. 영화에 책을 건네주는 씬이 있는데 이게 원래 나쓰세 소세키의 '마음'이라는 책을 염두해두고 있었는데 당일날 봤더니 그책이 없고 같은작가의 '그 후'가 대신 있었다고 한다. '그 후'를 건네면서 그 씬을 찍고 그걸 제목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이 있었다고해서 영화제목이 '마음'아니었을 것이라는 의견에는 배우와 이동진평론가 모두 동의를 해보였다. 이 책은 리스트에 올려놓고 나중에 찾아 읽어보기로 했다.
아무튼 이 영화는 볼만하다. 흥미롭고 블랙코미디처럼 웃픈 부분들이 곳곳에 배치해 있다. 영화를 본사람으로써 이 영화는 추천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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